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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정든 곳을 떠나려니"…압구정아파트 오늘 경비원 94명 '전원해고'

"정든 곳을 떠나려니"…압구정아파트 오늘 경비원 94명 '전원해고'

용역회사와 계약 거부한 20여명 마지막 근무 
남은 경비원도 용역회사 '간접고용' 앞둬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차오름 기자|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경비실 내부 모습. © News1

입주민과 경비원간 갈등이 수년간 반복돼온 압구정 구현대아파트가 9일 이곳에서 일하던 경비원 94명을 '전원해고'하며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일 이곳에서 일해온 경비원들에게 "2월9일자로 해고하겠다"는 해고통보서를 보냈다. 문서에 따르면 이번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같은날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사실 경비원 해고는 지난해부터 예정돼 있던 사안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0월 비용상 문제 등을 들어 직접고용 형태였던 경비원 운영방식을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12월에 41개동 소속 경비원 모두에게 해고통지서를 한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아파트경비원들은 '부당해고'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원해고 후 용역전환'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결국 경비원 94명 중 20여명은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거부하며 해고 수순을 밝게 됐다. 이날 마지막 근무를 서게 된 이들 경비원은 정든 일터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1일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에게 보낸 해고통보서. © News1

9일 오전 찾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경비원들의 표정은 무겁고 어두웠다. 몇몇 경비원은 아파트 입구 앞에서 주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곳 아파트에서 3년 동안 일했다는 A씨(61)도 경비실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주민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인사를 건넸다. 평소 잘 알고지내던 주민을 만나면 손을 꼭 부여잡고 악수를 하는 모습이었다.


A씨는 "몇년간 일하면서 그래도 정들었던 곳인데 이렇게 떠나려니 착잡하긴 하다"며 "좋은 기억을 품고 가고 싶어 마지막까지 웃으려 한다"고 아쉬워했다.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하기로 한 경비원들도 이같은 상황이 편치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비원 이모씨(64)는 "그만두는 사람들은 섭섭한 마음으로 갈 것"이라며 "계속 남은 사람들도 새로 교육도 받고, 계약서도 새로 쓰고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은 해고 예정일을 한차례 미루며 경비원에게 많은 배려를 했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용역전환 조건으로 △전원 고용보장 △기존 급여(월229만원) 보장 △70세로 정년 연장 △임의해고 방지를 위한 고용 보장장치 마련 △정리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고용승계가 되도 직접고용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임금이 삭감되거나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광찬 압구정 현대아파트 노조위원장은 "지금은 언론이나 여론의 보는 눈이 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며 "용역업체는 돈 벌기 위한 업체인데 이문 남지 않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떠나게 된 경비원들은 "갑작스러운 해고는 부당한 조치"라며 민·형사상 소송을 고려하는 중이다. 앞서 경비원 40여명은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아파트 측이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8억원대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진정을 내기도 했다.


경비원 측을 대리하는 송재범 노무사는 "몇몇 경비원 분은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해고자 전원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주부터 소송 대표자를 정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 News1 민경석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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